솔직히 말하자면 대단한 사명감이나 이타심은 아니었다. 흔히들 그러하듯 나 역시 내 안위가 더 중요했으므로. 그도 그럴 것이, 내게는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넷이나 딸려 있었다. 이런 곳에서 안면 없는 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그런 무모한 모험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끝이 없을 것 같던 탑을 마침내 오르고 창 너머로 눈이 마주쳤...
아주 먼 옛날, 숲속 깊은 곳에 위치한 탑에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녀를 본 사람은 없었어요. 탑 밖으로 단 한 발짝도 내딛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닌가요? 갇혀 있는 게 아니고서야.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입에 입을 거쳐 온 나라에 빠르게 퍼져 나갔답니다. 소문을 들은 이들은 그녀를 구하겠다며 용감하게 나섰어요....
"미카엘? 정신 좀 차려봐요, 미카엘!" 난감하네 진짜. 이러다 압사당하겠는데.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은 미카엘이 몸을 가누지 못해 마가렛한테 엎어진 모양새가 되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마가렛이 미카엘과 벽 사이에서 몸을 빼내려고 했다. 그러다 손끝이 그의 뺨에 닿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이 불덩이 같았으니까. "의사라도 불러야.." "..안 돼요...
마가렛은 좌우로 눈동자를 굴렸다. 삐까뻔쩍, 휘황찬란. 이런 말들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생일연회는 몇 번 와보긴 했지만.. 역시 왕족은 왕족이구만, 스케일이 다르네. 솔직히 말하면 생일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애초에 생일을 축하한다는 건 단순한 명분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부지런히 인맥을 만드는 사...
고요했던 방의 문이 벌컥 열렸다. 노크조차 없이 들이닥친 걸 보아하니 꽤나 다급한 사안인 듯했다. "무슨 일이지?" 미카엘은 그런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 채로 물었다. 힐다는 주위를 살피는 듯하더니, 이내 그에게 바짝 다가섰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재고해 보시는 것이.." "그럼 더더욱 가야지." 미카엘이 한쪽 입꼬...
오늘따라 종소리가 요란스러웠다. 기분 탓이겠지. 캐서린이었다. 기분 탓이 아니었군. 이제 아주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구만. 마가렛은 캐서린에게 또 무슨 일이냐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그녀가 이에 화답하듯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물었다. "준비는 잘 되어 가니?" "준비?" 갑자기 찾아와서 뜬금없이 무슨 소리.. 아, 왕실 행사를 말하는 건가. ...
왕실 행사까지 남은 기간은 7일. 전화위복이라고, 함께 가기로 했던 다리안 녀석이 도중에 탈주하는 바람에 골머리를 썩이긴 했지만 뉴페이스가 굴러들어 왔으니 잘된 일이지. 그래,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그런데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건가." "그걸 이제야 알았어요?" 마가렛의 ...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지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걸음을 옮겨 꼿꼿한 자세로 미카엘의 앞에 섰다. 미카엘은 눈을 살짝 들어 올려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 찾았나?" "..송구합니다." "고개를 들게." 남자는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미...
왜 이렇게 놀라냐고? 물론 마가렛 또한 귀족이다. 하지만 말이다, 귀족 간에도 명백한 계급 차가 존재하지 않는가. 그녀는 단 한 번도 고위 귀족이랑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이 몸에 들어와 눈을 뜬 이후로는. 마가렛은 입술을 짓씹었다. 그래, 솔직히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외모도 그렇고, 사소한 행동이나 태도에서 흘러나오는 기품만 봐도...
마가렛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집에 쳐들어와서 협박을 하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그것도 하필이면.. '가족을 들먹이면서 말이지.' 분노로 마가렛의 팔이 잘게 떨렸다. "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편하게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미카엘이 발을 옮기려는 순간, 마가렛이 미카엘의 팔을 낚아채듯 잡았다. "...
마가렛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가게에 들어설 때만 해도 시끌벅적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계단을 오르니 또 분위기가 달랐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아무도 없는 곳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잘됐네요." 과연 그 말대로 한적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안심이 되는 건 아니지만. 마가렛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가렛은 남자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를 아세요?" "머핀 양이 아니신가요?" 아,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다. 마가렛은 내심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다른 분과 착각하신 것 같네요. 제 이름은 마가렛입니다. 마가렛 니브." 남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마가렛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입구 쪽에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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